스팸메일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려는 발신자 쪽과, 이를 차단하려는 수신자 쪽의 기술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팸메일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차단 기법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스팸메일이란 광고 목적으로 보내지는 전자우편을 말한다.
'해고‥퇴직금 받아가세요' 등
갈수록 뻔뻔스럽고 공격적
같은 제목 수십개씩 보내기도
미 지난달 전자우편 76% 차지
■ 갈수록 대담해지는 스팸메일=회사원 조상현씨는 최근 전자우편을 확인하다 ‘오늘자로 해고됐으니 퇴직금 받아가세요’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떨리는 손으로 전자우편을 열자, 성인사이트를 광고하는 내용이 나타났다.
스팸메일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스팸메일 발송 행태도 갈수록 공격성을 띠고 있다. 동일 수신자에게 같은 제목의 스팸메일을 동시에 수십개씩 보내 전자우편함을 ‘점령’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네티즌 박상범씨는 “최근 들어 똑같은 메일이 연달아 수십개씩 오는 경험을 자주 한다”며 “공격을 받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스팸메일 양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보안업체 메시지랩스는 지난 5월 고객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 9억900만통 가운데 76%에 이르는 6억9150만통이 스팸메일로 분류돼 차단됐다고 밝혔다. 차단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스팸메일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02-405-4774, www.spamcop.or.kr)에 접수된 불법 스팸메일 신고 건수는 지난 2월 2만2652건에서 3월 3만1135건으로, 4월에는 3만4202건으로 증가했다.
스팸 여과 '게이트웨이'
거짓주소 적발 '콜러아이디'
야후는 인증서이용법 개발등
다양한 기술로 수신 줄여
■ 날로 새로워지는 차단 기법=스팸메일 차단 전문업체 누리비전은 ‘마음메일 스팸차단 게이트웨이’란 이름의 기업용 스팸메일 차단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스팸메일 발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수신자에게 보여주는 마음을 갖자는 뜻으로 ‘마음메일’이란 문구를 달았다. 이 소프트웨어는, 스팸메일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보내지고, 발송자 주소를 숨긴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전자우편 서버(컴퓨터) 앞에서 스팸메일이 아닌 것만 골라 통과시키고 나머지 것은 일정기간 보관하다 삭제하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불법 스팸메일 차단에 효과적이다.
전자우편이 오면, 이 소프트웨어가 발신자 주소를 확인해 수신자 주소록에 있는 것이면 그냥 통과시킨다. 주소록에 없으면, 전자우편을 잠시 붙들어두고 발신자에게 ‘마음메일’을 보내 인증을 거치게 한다. 마음메일은 회신메일처럼 ‘Re:(발신자가 보낸 메일 제목)’ 형태로 돼 있으며, 발신자가 메일에 담긴 6자리 인증번호를 입력 난에 입력하면 된다. 인증을 통해 발신자가 스팸메일 발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메일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발신자가 인증번호를 입력하지 않은 메일은 일주일 가량 보관되다 삭제된다.
따라서 발신자가 주소를 숨겼을 때는 마음메일을 받지 못한다. 대량으로 보냈을 때는 마음메일마다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게 불가능하다. 예컨대 100만통을 발송했다면, 150일 동안 인증을 해야 한다. 누리비전 김종희 실장은 “실제 전자우편 서버에 설치해 시험한 결과, 불법 스팸메일은 완벽하게 차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증 절차를 거친 발신자 주소가 주소록에 자동 등록되도록 돼 있어, 사적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발신자의 주소가 노출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콜러아이디’라는 이름의 스팸메일 차단 기법을 개발했다. 전자우편의 발신자 주소를 확인해, 거짓이면 무조건 차단한다. 발신자가 거짓 주소를 사용해 불법 스팸메일을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후는 서명과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차단 기법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스팸대응센터 주덕규 팀장은 “스팸메일 증가는 웜 바이러스 성행 탓도 있다”며 “스팸메일 차단 기술 발달로, 스팸메일 유통은 늘면서 수신은 감소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